2015년 12월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신기후체제에 대한 합의문(파리협정)이 채택됨에 따라 2015년 말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당사국들은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UN에 제출하였다. 우리나라의 목표는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BAU(Business as Usual) 대비 37% 감축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국제적인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동참함과 함께 세계 에너지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2015년 11월에 '2030 에너지신산업 확산전략'을 발표하였다. 에너지신산업은 기존의 에너지수요관리 및 온실가스 감축 정책 중에서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핵심 정책들을 사업 모델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에너지신산업은 전기자동차, 수요자원 거래시장, 에너지자립섬, 전기저장장치(ESS), 친환경 에너지타운, 제로에너지빌딩, 발전소 온배수 열 활용, 태양광 대여 등 8개의 사업모델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사업은 민간의 참여를 유도하여 관련 시장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의 활용을 핵심 요소로 하여 서로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다.
본 연구에서 다루고 있는 건물부문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 모델로는 '제로에너지빌딩'이 있다. 이는 주지하듯이 새로이 등장한 정책 아이템은 아니며, 그동안 건물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핵심 방안으로 일관되게 추진되어 온 정책이다. 2014년 1월 수립된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신축건물에 적용되는 「건축물 에너지절약 설계기준」의 강화를 통하여 2025년에 모든 신축건축물을 제로 에너지빌딩으로 만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제로에너지빌딩은 건물에서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를 자체 생산한 에너지로 충당하는 건물을 말한다.
2015년 잠정치 기준으로 우리나라 최종에너지 소비의 약 19%를 차지하는 건물부문(가정·상업·공공부문)의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기 위해서는 신축건물의 제로 에너지화도 중요하겠지만, 약 650만 동에 달하는 기존 건축물의 에너지이용 효율을 꾸준히 향상시키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이다.
건물부문의 에너지수요 및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건물의 건축적인 특성 및 에너지 이용 행태를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건물의 에너지 수요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외피 및 창문은 어떤 형태를 띠고 있고 재질은 무엇인지, 단열 성능은 어느 정도인지 등과 같은 건축적인 특성에 대한 정보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어떤 에너지원이, 어떤 용도로, 어떤 설비와 기기를 통해 얼마나 사용되고 있는지 등과 같은 건물의 에너지이용 특성에 대한 세부적인 정보도 요구된다. 이러한 자료들이 구축되어야만 건물에너지 절약정책 수단들의 효과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다.
상업·공공건물을 대상으로 하는 본 조사사업은 건물부문의 에너지정책 수립 및 평가를 위한 기초 자료를 제공하고자 3차 년도에 걸쳐 진행되었다. 총 599개 건물을 상설표본으로 선정하였으며, 1차 년도에는 표본설계와 조사체계를 정립하고, 2차 년도에는 건물에너지 수요함수 추정을 포함한 소비 특성 분석을 실시하였다. 이번 3차 년도 연구에서는 상설표본으로 선정된 건물에 대해 3개년도 조사 자료를 구축한다. 주요 자료는 건물의 건축적인 특성(건물 형태, 외벽 및 창 재질, 단열 등), 건물의 에너지설비·기기 현황(설비 종류·용량·사용에너지원), 건물이용 자료(건물 이용 시간, 사용설비 가동시간 등), 사용 에너지원에 대한 월별 소비량 등이다.
3차 년도 연구의 핵심 부분은 조사 자료와 공학적 시뮬레이션 모형을 활용하는 에너지모델링 기법을 접목하여 건물 업종별(판매, 업무, 교육·연구, 방송·통신), 건물 규모별, 용도(end-use)별 에너지소비량을 추정하는 것이다. 또한 건물에너지 모델을 활용하여 에너지절약정책 효과에 대한 사례분석 결과를 제시하는 것도 3차 년도 연구의 주요 목적 가운데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