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이라크의 정치경제적 상황을 최신 동향을 중심으로 심층 분석하고, 석유법을 둘러싼 쟁점과 이해갈등구조를 살펴보았다. 나아가 시나리오 기법을 통해 앞으로 석유법을 둘러싼 환경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예측해보았다.

시나리오 분석에서 Key uncertainty로 선정한 외부환경 변수는 ‘생산물분배협정 체결’, ‘헌법 수정’, ‘Kirkuk 관할권 결정’이다. 이 세 가지 변수들의 조합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은 네 개의 시나리오를 도출하였다. 대체적으로 향후 1년 동안은 석유법 통과를 둘러싸고 심한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였으며, 각 시나리오별로 더욱 심한 갈등을 보이는 양상도 있었다.

첫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헌법과 석유법 간의 불일치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쿠르드 자치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출하는 상황을 묘사한다. 이 상황에서는 결국 헌법 수정 논쟁이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이에 우리로서는 기존의 우호 관계를 토대로 이라크 헌법 수정 과정에서 외부 자문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현실적인 헌법 수정 자문 능력 신장과 관련해 이라크 관계자와의 학술회의 및 포럼을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이 상황에서는 이라크 석유개발 사업 참여 의지를 강조하기 보다는 이라크 내부 갈등 조율에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이미지를 형성해야 한다.

두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연방정부가 헌법 수정을 통해 중앙 통치권을 강화하지만, 쿠르드 자치정부는 정치경제적 자치권을 방어하기 위해 Kirkuk 유전지역 통제권 관련 주민투표를 강행하면서 이라크 석유법 통과가 계속 지지부진해지는 양상을 묘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로서는 우선적으로 이라크 통합을 강조하고 있는 연방정부의 입장을 원칙적으로 대변하고, 연방정부와 쿠르드 자치정부 간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을 수 있는 길을 함께 모색해야 할 것이다. 만약 이 상황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미국 오바마 정부의 역할이 크게 대두될 것이다. 미국은 쿠르드 자치정부의 강경노선을 달래고, 이라크 연방정부에 포괄적 화합정책을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로서는 이라크 전체의 통합을 촉진하는 미국의 정책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세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비교적 순조롭게 석유법이 통과되는 상황을 보여준다. 부속서 Ⅲ과 Ⅳ에 해당하는 지역에 외국기업이 무리 없이 경쟁 입찰에 참여하는 상황에 이를 것이다. 이라크 남부 유전 지대의 경우 국제석유메이저들이 선점하고 있어, 이 지역에서는 국제석유메이저들과 협력하는 전략을 취하고, 이라크 북부 쿠르드 지역과 서부 안바르 주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참여 전략을 펼쳐야 할 것이다. 특히 쿠르드 지역에서는 자이툰 부대가 형성한 소프트파워가 존재하기 때문에 경제력을 통한 하드파워가 병행될 경우 쿠르드 자원개발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우리 기업 및 컨소시엄의 사회적 책임을 사전부터 강조하고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석유법이 이 시나리오처럼 진행된다고 할지라도 이라크 내부에서는 해외 자본에 대한 경계심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이에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는 신뢰를 심어주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한다.

네 번째 시나리오는 이라크 정치？안보가 매우 불안정함에도 불구하고 해외기업들의 참여 폭이 넓어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 안보가 더욱 불안정한 상태에서 기업은 리스크가 증대해 사업에 쉽게 참여할 수가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에 양국 정부 간 협약이 그 리스크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 정부는 이에 한국 기업 진출을 도울 수 있는 지원환경을 마련해야 하며, 이라크 정부와 석유개발 관련 계약 및 사업 영업의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공동으로 창출해야 한다. 이 시나리오에서도 이라크의 재건 및 안정을 돕는 지원책을 계속 병행할 필요가 있다.

이번 시나리오 분석 결과는 정책적으로 현재 이라크 전체의 통합과 안정을 적극 지원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시나리오별로 정책의 우선순위가 다소 변하기는 하지만 이라크 석유 개발 참여의 열쇠를 쥐고 있는 당사자는 결국 이라크 연방정부가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때 미국 차기정부의 이라크의 평화와 안정 유지 관련 외교정책을 심도 있게 분석하여 우리가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하고, 자체적으로 이라크로부터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방안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 동시에 이라크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 및 컨소시엄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사업 리스크가 증대될 때 정부가 그 리스크를 완충시켜주는 역할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