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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혁명 이후 근대적이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은 석탄, 석유 등 화석에너지를 그 근본 동력원으로 삼아왔다. 우리나라도 지난 반세기 동안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화석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지속해서 높아져 왔다. 우리나라는 고도의 압축적인 경제성장을 겪은 만큼 오히려 선진국들보다 화석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도 짧은 기간에 더욱 빠르게 높아지게 되었다. 그러나 석탄, 석유 등 화석에너지에 의존한 경제성장은 사실 이산화탄소 등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을 동반하며, 이러한 온실가스의 무분별한 배출이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를 초래한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졌다. 이처럼 과학적인 연구 결과가 축적되고 각종 기상이변이 점차 심해지게 되자, 국제 사회도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해왔다. 2015년 6월, 우리나라도 이와 같은 국제적인 노력에 동참해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에서 37%를 감축하겠다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미 온실가스 배출 정점을 지나 배출량이 감소세인 주요 선진국과 달리, 한국에 37% 감축목표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먼 목표다. UNFCCC에 따르면, 독일, 영국 등 다수의 EU 국가들은 1990년경부터 이미 국가 온실가스 총 배출량이 감소세를 지속 중이며, 미국은 2007년, 일본도 2013년에 배출 정점을 기록한 뒤 배출량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전망치는 2030년까지 증가세를 지속해, 850.6백만 톤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더욱이 최근 수정된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서는 국내 감축이 32.5%로 6.8%p 증가해 국내 온실가스 감축 부담이 이전보다 더욱 증가하게 되었다.
한편, 일각에서는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에서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총 배출량도 2013년 696.7백만CO2eq.톤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배출량 자료가 작성된 가장 최신 연도인 2016년까지 아직 최고치 이하에서 맴돌고 있다는 점을 들어, 우리나라도 이미 온실가스 배출 정점을 기록하고 감소세로 진입한 것이 아니냐는 견해도 조심스레 제기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성공적이고 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량 정점 도달 여부 및 시점에 대해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2030년 BAU 대비 37% 감축이라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690백만 톤을 소폭 상회하는 현재 수준보다도 대폭 줄어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상승세를 기록해왔던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 추이가 2030년 이전에 배출 정점을 기록하고 지속적인 감소세에 들어가는 것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이미 정점에 도달했는지, 최근의 변화 추세는 여전히 상승세인지 아니면 하락세로 전환했는지, 상승세가 지속 중이라면 장래의 어느 시점에 배출량이 정점에 도달해 안정적인 감소세로 전환될 것인가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온실가스 배출 정점은 현재의 高 탄소 경제가 低 탄소 경제로 전환되는 계기로 볼 수 있고, 이는 한국 경제 체질의 근본적인 대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바, 배출 정점 도달 시점 분석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우리나라의 연료연소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이 이미 정점에 도달했는지를 분석해보고,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못했다면 장래의 어느 시점에 배출 정점에 도달할 수 있을지를 분석하였다.
구체적으로 먼저, 이미 온실가스 배출 정점에 도달한 주요 선진국과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 현황 및 주요 경제지표를 비교 분석해 그 차이점은 무엇인지, 주요 선진국의 성공적인 온실가스 감축 정책 사례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공식 통계로는 아직 온실가스 총배출량이 정점을 기록했는지가 불분명한 우리나라와는 달리, 주요 선진국은 빠르면 1970년대에, 늦더라도 2000년대 이후 온실가스 배출 정점을 이미 기록하였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또한, 주요 선진국은 국가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NDC 목표 달성을 위해 순조롭게 온실가스 감축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었다. 주요 선진국이 이처럼 온실가스 감축을 이뤄낼 수 있는 것은 특히, 발전 부문의 에너지믹스에서 탄소 발생량이 많은 화석에너지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신재생에너지 등 탄소 발생량이 거의 없는 청정 에너지원으로 전환한 것이 주효하였다고 판단된다. 더불어, 에너지 절약,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산, 온실가스 감축 촉진 등을 위한 정책적인 뒷받침이 꾸준히 지속되었던 것도 효과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된다.
다음으로, 온실가스 인벤토리 산정 방법론을 이용하여 2018년 10월 말 현재 1990∼2016년 기간까지만 공식 산정·제공되는 연료연소부문 온실가스 배출 실적을 2017년까지 연장해 추정하였다. 그 결과, 2017년 연료연소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6년 대비 1.8%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었고, 이는 공식 통계에서 배출 정점인 2013년의 배출량보다도 약 1.6% 더 많아, 2017년에 최고 배출량 기록을 경신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즉, 공식 통계에서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 정점이 될 가능성이 엿보였던 2013년은 전역적 정점(Global Peak)이 아니라, 2014년의 일시적인 하락으로 인한 국지적 정점(Local Peak)에 불과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연료연소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4년 이후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일 것이며, 2014년의 배출량 감소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 온실가스 배출량의 증가세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본 연구의 배출량 추정을 통해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 정점은 2017년까지는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추가로 1990∼2017년까지의 배출 실적 자료를 토대로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배출 정점에 도달했는지를 Vogelsang(1997)으로 대표되는 시계열 트렌드의 구조 변화 분석방법을 통해 보다 객관적으로 테스트해 보았다. 분석 결과,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 추이가 2010년부터 구조적으로 변화해 그 증가 속도가 대폭 둔화되었으나, 여전히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 통계적으로도 확인되었다. 구체적으로, 2010년 이전에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우리나라의 연료연소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이 연간 965만 톤씩 증가하였으나, 2010년 이후에는 그 15분의 1 수준인 연간 64만 톤씩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이와 같은 분석 결과는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 속도가 대폭 둔화되었다는 점을 객관적으로 확인시켜줘, 배출권거래제 등 우리나라가 이제까지 취해온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긍정적인 효과를 부각해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온실가스 배출 정점을 기록하고 본격적인 감축 추세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아직 우리나라가 갈 길이 멀다는 점도 알 수 있었다.
이후에는 카야 항등식을 이용한 온실가스 배출 요인별 분석과 시나리오 분석,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자체 구축한 METER 모형 등을 활용해 연료연소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장래 추이를 분석하고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 정점 도달 시점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발전 부문에서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기본수요를 기반으로 하고, 발전 외 부문에서는 과거의 추세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가정하에서 설정된 기준 시나리오에 따르면, 다수의 경로가 204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정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지속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고, 일부 경로에서만 2020년대 중후반 또는 2030년대 중반에 배출 정점 도달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발전 부문에서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목표 수요를 기반으로 하고, 발전 외 부문에서는 에너지원단위 개선, 에너지믹스 전환 등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이뤄진다는 가정하에서 설정된 감축 시나리오에 따르면, 204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정점 없이 증가하는 경로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대부분의 경로에서는 2020년대 중후반 또는 2030년대 중반에 정점에 도달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기준 시나리오에서와는 달리, 감축 시나리오에서는 2020년대 중후반에 배출 정점에 도달하는 경로들이 더 많았다는 점도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탈동조화의 정의 및 관련 연구를 검토하였고, 우리나라의 탈동조화 경향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탈동조화의 경향은 선진국을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등 저탄소 이행정책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경제성장의 관계가 느슨해지기는 했으나, 아직 절대적 탈동조화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수출 지향적인 경쟁력 있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에너지 소비구조가 이뤄져 있고,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효율을 이미 달성하고 있어 추가적인 에너지 절약 및 효율 개선에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탈동조화 달성은 구조적 어려움이 있으나, 온실가스 감축과 지속적 경제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제조업의 체질 개선 및 효율 향상과 저탄소 경제 영역에서 성장 동력을 개척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발전 부문의 저탄소화는 무엇보다 전력수요 증가세의 둔화를 통한 발전량의 증가를 억제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 비중의 축소, 발전 및 송배전 손실 저감 등 효율 개선,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에서의 온실가스 배출 집약도 개선을 위한 비용 효과적인 정책 및 기술의 경로를 고안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통해 연료연소부문의 온실가스 배출 정점 도달을 위해서는 발전 부문의 역할이 크다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발전 부문 배출량이 연료연소부문 배출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발전 부문은 전력수급계획,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등을 통해 정책 의지를 반영시키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책 의지와 각종 계획만으로 온실가스 감축이 달성되는 것은 아니므로 정책적 의지와 각종 계획이 실현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특히,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해 에너지 절약시설 투자 사업비에 대한 장기저리 융자, 세액공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새로운 에너지 기술개발을 위한 국가 R&D 투자를 증대할 필요가 있고, 연구 및 인력개발에 대한 조세특례 확대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나아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서도 배출권 유상할당과 경매제를 시행하게 된 바, 이에 따른 경매 수익을 에너지 효율 향상, 감축 기술 R&D, 온실가스 감축 설비 도입 등 온실가스 감축 촉진을 위해 활용하는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