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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경우 민간・공공사업은 시작 전 비용-편익 분석(Cost-Benefit Analysis)을 통해 타당성을 평가받는다. 비용-편익 분석 시 사용하는 방법론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순현재가치(Net Present Value)법이 있다. 이 방식은 수익과 비용의 크기와 발생시점을 추정하여 이를 현재가치로 환산하여 합산하는 것으로서, 순현재가치가 0보다 큰 경우 사업이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하게 된다.
순현재가치법을 적용하기 위하여 필요한 핵심 요소는 두 가지이다. 첫째 요소는 미래 각 시점별로 발생하는 편익-비용을 추정하는 것이며, 둘째 요소는 미래 특정 시점에 발생하는 편익-비용을 현재 시점으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Discount Rate)을 결정하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두 번째 요소인 할인율, 특히 ‘사회적 할인율(Social Discount Rate)’에 초점을 맞춘다. 일반적으로 할인율은 해당 사업에서 요구되는 최소수익률을 의미하는데, 사업의 성격에 따라 할인율은 달라질 수 있다. 사회적 할인율은 사업의 성격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고 안전한 투자(socially desirable and safe investment)’인 경우에 적용되는 최소수익률을 의미한다.
본질적으로 할인율은 시간에 가격을 부과하는 것으로, 할인율이 높을수록 미래에 발생하는 편익의 현재가치는 낮아진다. 달리 풀어보면 미래세대에 누릴 수 있는 편익을 낮추어 평가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사회적 할인율은 현재세대와 미래세대 사이의 자원분배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경제학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적 할인율이 어떠한 수준으로 결정되느냐에 따라 현세대의 선택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기후변화 정책처럼 편익과 비용이 장기에 걸쳐 발생하는 사업의 경우 할인율의 사소한 차이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노드하우스(Nordhaus)는 2008년 연구에서 5%를 사회적으로 효율적인 실질 할인율이라고 보고, 현재 온실가스 1단위 배출로 인한 총 사회적 비용을 현재가치로 환산하면 $8가 될 것으로 추정하였다. 반면, 영국의 경제학자 스턴(Stern)은 스턴 보고서(Stern Review, 2007)에서 1.44%를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실질 할인율로 보고, 이산화탄소 1단위 배출로 인한 사회적 총비용의 현재가치를 $85로 추산하였다. 노드하우스의 $8과 스턴의 $85 중 어느 것을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현세대의 화석연료 소비 패턴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책에는 현저한 차이가 있을 것이다.
노드하우스와 스턴의 연구에서 확연히 드러나듯 사회적 할인율의 선택은 현세대가 온실가스 감축 정책에 어느 정도 투자를 해야 하는가, 나아가 미래세대를 얼마나 고려해야 하는가에 대한 현세대 구성원의 암묵적 합의를 나타낸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사회적 할인율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본 연구는 우리나라 사회적 할인율의 적정 수준을 추정하고, 이에 대한 논의를 촉발하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기본적으로 경제학을 배경으로 사회적 할인율에 대한 논의를 살펴보고 우리나라 적정 사회적 할인율 추정을 목표로 한다. 아울러 사회적 할인율을 정하는 데 있어서 규범적 접근의 일환으로 인문학과 법학 등 다른 학문의 관점에서 사회적 할인율 혹은 현세대의 미래세대에 대한 배려 정도를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지 역시 논의하기로 한다. 이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협동연구’라는 본 연구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할인율은 경제학자에게만 맡기기에는 너무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