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정보 보기

| 초록 | 목차 | Close
독점체제와 비교하여 경쟁시장체제에서 나타나는 공급 안정성과 관련된 변화를 요약하면, (i) 경쟁시장 하에서 공급 안정성의 확보는,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그 파급효과가 큰 저확률·고충격의 공급부문 위험요인에 대한 보험적 또는 위험관리적 성격을 띠며, 이러한 활동의 일정부분은 시장메커니즘을 통해 해결하도록 유도된다. 따라서 독점체제에서는 독점기업이 공급안보의 책임을 부담했지만, 경쟁시장에서는 공급안보의 책임이 시장참여자에게 상당 부분 이전된다. (ii) 시장자유화는 시장참여자의 수를 증가시키고 에너지 시스템의 유연성 확대를 통해 공급안보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지만, 소규모 소비자 가격의 상승위험과 함께, 가격변동성의 증대 및 여유설비가 감소할 가능성 등의 새로운 위험을 수반하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적정 수준의 규제가 요구된다. (iii) 시장은 공급안보의 비용을 투명하게 하여 전반적인 수급조절의 효율성을 제고하지만, 가격 또는 계약 기반의 수요반응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으며, 특히 해외 공급물량 확보 측면에서는 시장의 역할이 제한적이다. 따라서 수용할 만한 수준의 신뢰도 기준의 결정, 특히 소규모 소비자 및 안전과 관련된 기준의 제공과 비상시 분명한 대응정책 마련 등 공급 안정성 확보와 관련된 정부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경쟁시장과 공급 안정성에 관한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제시하는 국내 가스산업에 대한 정책적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현행 가스산업의 공급체제는 평균가격을 적용함으로써 구조적으로 도입부문의 비효율을 수반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가스공급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평균가격의 적용으로 인해 한계도입비용이 한계지불용의를 웃도는 비효율적인 도입 및 수요증가 상황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
둘째, 원활한 경쟁시장 조성을 위해서는 경쟁도입시 도입총량 규제의 적용을 회피해야 한다. 가스도입계약 관행이 경직적이고 의무인수 조항 등이 적용되기 때문에 도입총량 규제의 필요성이 자주 대두되지만, 도입총량 규제는 발전용 가스수요의 예측 차질이나 예상치 못한 수요급등 또는 해외 공급원의 공급차질 발생 등의 공급 위험요인에 대한 대응을 제한함으로써 공급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다. 일정량의 여유 공급물량은 경쟁을 촉진하는 효과를 수반하는 동시에 수요예측의 오차나 갑작스런 공급차질의 위험에도 공급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여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경쟁체제와 상충되는 많은 문제점을 수반할 수 있는 도입총량 규제의 적용은 회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우리나라는 동고하저의 극심한 계절 간 수요격차를 보이므로 저장설비 확충은 수급관리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한편 설비부문비용과 도입비용은 서로 상충관계(trade-off)로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설비투자의 문제를 단순히 설비확보의 의무기준 부과를 통해 해결하기보다 이를 포괄하는 공급 안정성 의무에 관한 복합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면 전반적인 공급 안정성을 유지하고, 나아가 그에 따르는 비용지출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즉, 사업자들이 저장설비와 보완적 특성을 가지는 중단가능 공급계약 등 여러 수단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설비와 수요의 최적 믹스를 통해 공급 안정성의 의무를 충족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