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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필요성및 목적
우리나라는 앞으로도 많은 영역에서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공존하면서 협력과 경쟁을 함께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기업과 민간기업간 공정경쟁이 가능하지 않거나 제한적으로만 가능하다면, 이를 통한 공기업의 경영효율 제고, 특히 에너지 부문의 효율성 제고는 기대하기 어려울것이다. 지금까지 공기업과 민간기업간 공정경쟁의 가능성이나 공정경쟁 여건 조성에 대한 논의는 매우 미흡했으며, 신정부의 공기업 정책도 이에 대한 충실한 분석에 바탕을 둔 것인가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본 연구는 우리나라의 공기업 관리체계, 공기업과 민간기업간 공정경쟁 여건 및 공기업의 반경쟁적 행위 유인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국내외 사례를 검토하여 정책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향후 에너지부문 공기업의 반경쟁적 행위에 대한 본격 연구의 기초를 제공하고, 에너지부문 구조개편 관련 논의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본 연구는 특정한 정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당산업에서 공기업이 민간기업에 비해 경쟁우위를 제공받아야 한다는 정책적 당위성이 있는 경우에도 공기업의 반경쟁적 행위 유인과 능력으로 말미암아 당초 기대했던 정책효과가 상쇄될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하고 있다.

연구내용 요약

공기업은 단순히 정부소유라는 이유 때문에 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민간기업보다 경쟁우위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인위적인 경쟁 우위에 더하여 공기업이 전략적으로 반경쟁적 행위를 할 경우에는 경쟁관계에 있는 민간기업의 사업여건은 더욱 악화되어, 수익감소에 따른 파산 또는 시장으로부터의 퇴출이 일어날 수 있으며, 잠재적 경쟁기업의 진입도 어려워질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사회적인 비효율 증대 또는 후생 감소를 초래하게 된다.
공기업의 설립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주어지는 각종 특전은 경쟁대상 민간기업에 대한 경쟁우위를 제공한다. 재화나 용역의 보급 확대를 위한 독점사업권, 비구속적인 손실보전 의무, 정부의 신용보증, 사업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포획지분의 설정, 정부의 직간접 보조를 통한 파산위험으로부터의 면제, 각종 조세 및 준조세의 감면 및 민간기업과는 차별되는 규제의 적용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공기업은 정부로부터 주어진 사업목표로 말미암아 민간기업들이 추구하는 이윤극대화와는 다른 목적함수를 가지고 사업을 운영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를 단순화하여 사업규모의 확대와 이윤추구를 동시에 고려하는 공기업의 최적화 모형은, 경쟁시장에서 공기업이 민간기업보다 더 공격적인 반경쟁적 행위의 유인을 갖고 있다고 예측한다.
이러한 유인에 더하여 실제로 공기업은 반경쟁적 행위를 실행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으며, 적절한 억제장치가 없을 경우 실제로 다양한 반경쟁적 행위에 나서고 있음을 미국이나 우리나라의 사례분석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민간기업을 배제하면서 지속적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거나 민간기업의 사업영역에까지 침투하는 경우가 있으며, 필수요소에 대한 지배력을 이용해 진입장벽을 설정하거나 경쟁자 비용 증대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다수 사업장의 평균공급비용을 적용함으로써 일정 지역의 공급가격에 대하여 교차보조를 행하고, 이에 따라 민간기업이 달성할 수 없는 수준의 비용이하의 가격을 설정하기도 한다. 명시적으로 공기업과 민간기업간 금융비용의 차별화를 제도화하는 사례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공공기관운영법은 기업의 지배구조와 경영평가(corporate governance)에 초점을 둔 법률이며, 민영화 등 공기업의 기능조정이 주무부처와의 협력 하에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경쟁 등 공기업이 활동하는 시장의 관리(market governance)에 대한 규정은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부처간 경쟁정책 수립 및 시행과 관련된 관리(governance of government)의 문제도 있어 보인다.
정부가 발표한 공기업선진화계획은 여전히 공공기관운영법의 틀 안에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경영평가 및 이에 근거한 공기업의 기능조정 접근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공기업과 민간기업간 경합이 있는 경우에 대한 고려는 있었으나, 이를 상시 제도화하여 공기업과 민간기업간 공정경쟁 여건을 지속적으로 조성해 나아가고자 하는 노력은 미흡하다고 할 수 있다. 호주의 사례를 보면 경쟁관계에 있는 민간기업이 경쟁중립원칙이 훼손될 경우 이를 시정하도록 하는 탄원절차를 연방정부, 주정부 및 지방정부 등 모든 정부 수준에서 밟도록 함으로써 공기업과 민간기업간 공정경쟁을 확립하고자 하는 노력과 절차를 명문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결론 및 제언
국민경제의 규모가 커지고 그 구조도 복잡해지면서 공기업을 통한 정부의 시장 참여에도 많은 문제점이 노정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관리.감독의 주체와 대상, 즉, 정부와 공기업간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작은 정부, 큰 시장’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잘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민간부문의 역량이 크게 성장한 상황에서 이러한 정책의 전환은 일면 늦은 감도 있다. 미국의 기상예보 산업에서 보듯이 산업의 내용과 시장참여자들이 변화함에 따라 경쟁정책도 진화해야 한다. 정부주도로 산업을 운용하는 데 따르는 사회적비용에 대한 성찰도 필요하다.
앞으로 에너지 부문에 보다 더 경쟁이 도입될 경우, 이 경쟁은 바로 공기업과 민간기업간 경쟁이 핵심이 될 것이므로, 이에 대한 관리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양자가 상호배타적인 대안은 아니지만, 공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법으로서 중앙집중식 경영평가 및 기능조정을 통하는 방법과 민간기업과의 경쟁에 노출시키는 방법 사이의 선택의 문제가 있다.
그러나 정부가 추구하는 궁극의 목표가 민간주도형 시장경제이건 공기업의 역할을 일정 부분 유지하는 산업운용체제이건 간에, 그 과정에서 공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는 경쟁에 대한 노출이 보다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 경제학이 제시하는 해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