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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중동지역에 편중된 원유도입의 위험을 분산하고 위기시 대응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제2차 석유위기 이후 도입선 다변화 지원제도를 운용해 오고 있다. 그러나 1980-90년대를 거치면서 세계 석유시장의 구조가 변화됨에 따라 원유도입선다변화 정책이 가져올 수 있는 잠재적인 편익은 과거에 비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석유시자의 주요한 구조변화로는 OPEC의 시장지배력이 약화되었다는 점, 비상시 소비국들이 운용할 수 있는 전략적 목적의 비축물량이 늘어났다는 점, 현물·선물시장이 확대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시장기구에 의한 원유의 수급조절 기능을 향상시킴으로써 공급중단에서 비롯되는 원유도입의 애로와 유가폭등 현상이 단기화 될 가능성을 높였다. 즉, 향후에 발생하는 공급중단은 공급중단 초기에 가격이 급등한 후 시장기구을 통해 가격이 급락하는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높고, 1970년대와 같이 폭등한 가격이 장기간 유지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중동지역에 정치·사회적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으므로 원유도입의 중동의존도가 1980년대 중반 이후 상승추세에 있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그렇지만 중동산 원유의 세계시장 점유율과 우리나라 원유도입의 중동의존도는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어, 중동산 원유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도입선다변화를 통해 중동의존도를 일정수준 이하로 억제시킨다는 정책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중동의존도 실질적으로 저하시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규모의 추가적인 지원자금이 소요되는데, 이러한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도입선다변화 정책의 강화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취약하다. 현물·선물시장의 발달 등 원유거래방식의 다양화는 특정 지역에서의 공급중단이 원유의 물리적 이용가능성(physical availablity)보다는 궁극적으로 가격의 문제로 귀착될 가능성을 높였다. 또 원유가격 결정방식이 변화되어 기간계약가격도 현물가격에 연동되고 있으므로 다변화지역 원유의 장기계약을 통해 위기시 향유할 수 있는 가격상의 이점이 없어졌다. 여기에 더해 개방화·자유화 등 대내외적인 경제환경의 변화로 도입선다변화를 위해 민간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지원제도의 운용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상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중동지역의 정치·군사적 사태발전에 따른 일시적인 가격폭등이 우리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외부성(potential externality)은 상존하고 있지만, 그 대응책으로서 실시하는 원유도입선다변화 정책은 과거에 비해 실효성이 감소하였다고 하겠다. 다만. 원유도입선다변화 정책은 다양한 공급안보 정책의 일환으로 실시하고 있으므로, 향후의 정책운용 방향은 여타 위기시 대응책과 연계하여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다양한 공급안보 정책중 원유도입선다변화 지원과 가장 밀접한 관계에 있는 석유비축은 현재 정부의 목표수준에 미달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의 석유비축이 적정 목표수준에 이를 때까지는 현행 도입선다변화 지원제도를 유지하되, 장기적으로는 민간기업이 경제성과 위험을 고려하여 자율적으로 도입선을 결정하도록 유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